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자극적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비방성 현수막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각종 입에 담기 힘든 문구가 혐오를 부추기면서 관련 민원도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방성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도훈 충남도의원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도훈 도의원과 A 씨에 대해 각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5일 충남 천안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상대당 후보의 피고발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 100장을 제작하고 선거구 일원에 게시한 혐의다.
김 의원은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같은 당 후보를 지지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광고대행사에서 현수막을 제작했다.
재판부는 "도의원으로서 공직선거법을 준수할 책무가 막중함에도 범행을 저지르고, 수사가 개시되자 마치 자신의 직원이 현수막 제작을 의뢰받은 것처럼 허위 진술을 지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고 수사기관을 기망하는 시도를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높은 윤리 의식과 준법 의식을 요구받는 공적 지위에 있음을 고려하며 비난 가능성이 더욱 높다"며 "다만 현수막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철거돼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와 관련 난잡하게 내걸린 길거리 '정당 현수막'이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어 '옥외광고물법' 일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당 현수막을 일정 기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일부 조항을 폐지하는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들도 공동결의문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 수정을 공식 요청하고 있다.
현재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현재 정당 현수막은 별다른 신고 절차 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당초 정당 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취지였지만, 현수막이 길거리 곳곳에 난립하면서 도로 시야를 가리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정당 현수막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충남지역 정당 현수막 민원 건수는 법 시행 전(2022년 9-12월) 202건에서 법 시행 후 3개월 만에 451건으로, 충북은 134건에서 473건으로 뛰었다.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문제다. 차량 운행이 많은 도로 위주로 현수막이 난립하다 보니, 운전자 시야가 가려지는 등 교통안전 우려도 크다.
행안부가 규제를 위반한 정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지만 길거리에서는 거의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현수막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단속 기준이 모호하고, 단순 권고사항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조항을 만들고 단속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아산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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