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연재소설- 무서운 마을

저자 - 서영태(전국지역신문협회 대전충남협의회장)

아산시사 | 기사입력 2012/07/24 [09:24]

장편연재소설- 무서운 마을

저자 - 서영태(전국지역신문협회 대전충남협의회장)

아산시사 | 입력 : 2012/07/24 [09:24]

[제28화] 압박작전
 

12월 18일 오전 9시 <주간충남> 사무실에는 편집장 김재진을 비롯해 3명의 상근기자와 5명의 주재기자가 함께 모여 새벽에 배달되어 온 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오늘자 새로 나온 신문에는 이기윤 주재기자가 작성해서 올린 영농조합 관련기사가 1면에 실렸다. 이 기사는 영농조합이 농업보조금을 적정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 보도였다.

<주간충남>의 시스템은 대부분의 지역신문처럼 상근기자와 주재기자로 나눠서 운영되고 있었다. 상근기자는 매일 출근해서 출입처를 관리하며 취재활동을 수행한다. 주재기자는 일주일에 한 번 신문 발간일에 맞춰 출근해서 취재활동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우편발송 작업을 돕는다. 상근기자는 고정적으로 취재활동을 수행하는 기자이지만 주재기자는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취재활동을 비정기적으로 수행하는 기자를 말한다.

오늘은 상근기자들과 함께 주재기자들이 일주일에 한번, 함께 모여 발간된 신문으로 우편작업을 하면서 취재정보를 교환하는 날이다. 모두 9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우편띠지에 신문을 끼워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 1면 탑 기사로 실린 이기윤 주재기자의 영농조합 비판기사가 화제가 된다. 이 기자는 어떻게 해서 취재를 하게 되었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상세하게 이야기를 전한다. 대개 주재기자들은 한주에 한 꼭지의 기사만 작성하기 때문에 무척 세밀한 부분까지 정보를 파악하여 기사를 작성하곤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일하는 분야의 기사를 작성 할 때는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좋은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주간충남>신문사는 상근기자뿐만 아니라 주재기자 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영향력을 꾸준히 높여왔다. 비교적 적은 인건비를 들이면서도 무척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시각 <주간서해>사무실에서는 새롭게 편집장이 된 이정수가 오늘 새로 온 <주간충남>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전쟁에서 상대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님께서 이정수에게 편집을 맡기면서 명령했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주간충남>을 이겨라!

그들의 신문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처절하게 응징하라!」

주인님의 명령은 세상 어떤 존재보다 강력한 것이다. 절대로 어길 수 없는 지상명령이다.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서 무너뜨리고 말것이다. 이정수의 생각은 확고부동하다. 옆에서 분석 작업을 돕던 신미연이 먼저 말한다.

「선배, 여기 1면 톱기사를 역이용하면 어때?


이 신문이 배달되면 희망영농조합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감정이 안 좋아진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면 그들이 알아서 <주간충남>을 공격할거야.」

이정수와 신미연은 오늘자 <주간충남>을 가방에 넣고 기사화된 희망 영농조합 사무실을 방문한다. 마침 거만한 표정의 조합장이 사무실에 앉아있다.


「조합장님, 저희 두 사람은 <주간서해>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이 영농조합이 농업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다는 비판 기사가 나왔던데 알고 계십니까?」

「아니, 누가 그런 기사를 마음대로 게재한 겁니까?

설령 그런 일이 있더라도 같은 지역에서 덮어줘야지 그걸 까발려서 무슨 좋은 꼴을 보자고 그런답니까?」


때마침 이정수가 <주간충남>을 꺼내놓고 기사화된 부분을 가리킨다. 꼼꼼히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조합장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친다.


「이것들이 누구 허락도 없이 이 따위 기사를 실은 거야? 당장 항의 해야겠구먼.」

「조합장님, 저희 <주간서해>가 여러분의 편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농민들을 함부로 욕보 이고 있는데 참으시면 안 됩니다. 저희와 힘을 합쳐 본 떼를 보여줘야 합니다.」 

 
희망 영농조합의 회원들은 농민들로 구성되어 50여 명의 규모였다. 이곳 조합장은 자신의 주도적인 역할로 영농법인을 만든 장본인이었고 회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조합장에게 잘못보이면 영농보조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조합장 곁에는 6명의 충신 그룹이 있었는데 이들이 이사직으로 재임하면서 조합장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조합장은 11년째 장기집권하며, 조합의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농조합에 대해 비판기사를 게재한 <주간충남> 때문에 심기가 대단히 불편한 조합장은 <주간서해>기자들의 지원약속에 천국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이들이 지원해준다면 전 조합원을 동원해서 <주간충남>을 그냥 놔두지 않을 생각이다. 당장 6명의 측근 이사들을 불러 조합의 힘을 보여주자는 의견을 전달한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다음날 아침 발행된 <주간서해>1면 탑 기사에는 「농민들 울리는 신문」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실린다. 최현범으로 부터 거액을 지원받은 이 신문은 한 가구에 한부씩 볼 수 있을 정도로 5만부를 제작하여 집집마다 살포한다. 이 작업에는 모든 청수마을 청년들까지 동원되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아파트 우편함부터 시작해서 일반 주택까지 빠짐없이 무료배달을 실시한 것이다. 이렇게 치밀하게 배달되자 삽시간에 지역여론이 흉흉해진다.

농사짓는 인구가 많은 농촌도시다 보니 농민들은 비판하는 기사에 대해 잘잘못을 떠나서 불쾌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의 기사였더라도 이미<주간서해>에서 악의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 말을 더 신뢰하여 <주간충남>에 분노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시중의 격노한 여론을 알게 된 <주간충남>기자들이 퇴근시간에 맞춰 비상회의를 시작한다. 편집장 김재진이 먼저 말을 꺼낸다. 
 

「지금 시중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이기윤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진실을 알린 것인데도 <주간서해>측에서 우리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신문을 찍어 마구 배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어서 취재본부장 이연준이 말을 잇는다.


「이번 신문배포에는 청수마을 청년들이 전부 동원되어 전 가구에 배포했다고 합니다. 영농 조합 측의 반응도 좋지 않습니다. 분노에 찬 조합장이 뭔가 일을 꾸밀 것 같습니다.」

이때 밖에서 큰 함성이 들려온다. 마이크를 통해 외치는 구호소리가 들린다. 

 
「<주간충남>신문사는 자폭하라.

농민 울리는 신문사는 즉각 폐간하라.

김재진 편집장은 무릎 꿇고 사죄하라.」 

 
한꺼번에 창밖을 내다보는 기자들의 표정에 당황하는 안색이 역력하다. 50여 명의 농민들이 한꺼번에 신문사 입구를 포위한다. 그들은 개미새끼 한마리 빠져 나갈 수 없게 입구를 막고서 스피커폰을 이용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심각한 소음이 창문을 넘어 사무실에 메아리친다. 소음이 너무 커서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진실을 보도한 대가가 이렇게 크단 말인가. 평소 같으면 영농조합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대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진실을 밝히는 비판보도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조직적으로 항의 받은 적은 없었다. 언론이라는 것이 비판기능을 상실하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김재진이다. 그런데 이 정도 비판기사를 가지고 심각하게 항의하는 영농조합을 이해 할 수 없다. 

 
「농민들이 스스로 나와서 항의하는 것은 아닐 거야.

저들 뒤에는 <주간서해>놈들이 있을 거야.

전면전이 시작된 거야. 그것도 아주 더러운 전쟁 말이야.」

김재진의 고뇌에 찬 말은 농민들의 항의 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한다. 


<주간충남>기자들은 퇴근시간이 넘은지 2시간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잘못 나갔다가 맞아 죽을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살벌하다. 이렇게 밤을 지새울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잡혀 있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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